2023년 공개 직후 넷플릭스 역대 시청 시간 상위 6위를 기록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저도 그 수치를 보고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1화 지하철 장면에서 바로 자리를 고쳐 앉았습니다. 시즌1과 시즌2를 모두 본 지금, 솔직히 두 시즌의 온도 차가 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1 줄거리와 반전
피터 서덜랜드는 워싱턴 D.C. 지하철 폭탄 테러를 맨손으로 막아낸 FBI 요원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정작 테러범을 놓쳤다는 이유로 음모론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 뒤 백악관 지하실에서 나이트 액션이라는 비밀 핫라인을 담당하는 한직으로 밀려나죠. 여기서 나이트 액션이란 일반 채널로는 보고할 수 없는 극비 정보를 대통령실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 운영되는 비공개 긴급 연락망을 의미합니다. 피터는 매일 밤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사이버 보안 전문가 로즈 라킨의 긴급 전화를 받으면서 거대한 음모에 끌려 들어갑니다.
제가 시즌1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정보 출처의 불신 구조였습니다. 로즈의 이모이자 나이트 에이전트 요원이었던 엠마 캠벨이 죽기 직전 남긴 단서들이 사건 전체를 이어주는 핵심 서사 장치(맥거핀)가 됩니다. 맥거핀이란 이야기 전개에서 인물들이 집착하는 소재이지만 그 자체보다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으로 기능하는 플롯 장치를 말합니다. 이 단서 덕분에 로즈가 자신이 들은 대화 내용을 토대로 움직이고, 피터는 그 판단을 믿고 따르면서 두 사람이 결국 부통령까지 연결된 음모를 파헤치게 됩니다.
시즌1에서 눈여겨볼 인물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피터 서덜랜드(가브리엘 바소): 반역자로 낙인찍힌 아버지의 진실을 쫓으며 나이트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FBI 요원
- 로즈 라킨(루시안 뷰캐넌): 전직 테크 기업 CEO 출신으로 뛰어난 해킹 실력을 보유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
- 다이앤 파(홍 차우): 피터를 나이트 에이전트로 발탁한 백악관 비서실장. 이중적인 면이 시즌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켜 줍니다
시즌1 결말에서 피터가 아버지가 실제로 FBI 기밀을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은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국가에 충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갈아 넣던 인물이 결국 자신이 그토록 부정하려 했던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하게 된다는 구도가 단순한 첩보 스릴러 그 이상이었거든요.
시즌2 전개와 아쉬운 점
시즌2는 시즌1 종료 9개월 후, 피터가 태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저는 첫 번째 의문이 생겼습니다.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정식 나이트 에이전트가 되는 것을 보여줬는데, 어떤 경로로 미국에서 해외 현장 요원으로 전환됐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태국 장면도 잠깐 나오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구조인데, 이 전환이 너무 매끄럽게 생략돼 있어서 시즌1에서 쌓아둔 맥락이 조금 허공에 뜨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즌2의 핵심 위협은 프로젝트 폭스글로브입니다. 이는 CIA가 개발한 화학무기 프로그램으로, K.X. 가스라는 치명적인 물질이 독재자 빅토르 발라의 손에 들어가면서 UN 건물 대규모 테러로 이어질 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캐닝 작전(covert action)이라는 개념도 등장합니다. 코버트 액션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비밀 공작 활동을 의미하며, 이 드라마에서는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CIA가 외부에 팔아넘긴 행위 자체가 코버트 액션의 변질된 형태로 그려집니다.
시즌2가 시즌1보다 못하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시즌1이 '내 주변의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밀도 높은 불신 구조를 끝까지 유지했다면, 시즌2는 피터와 로즈의 재회, 배신, 화해가 다소 공식처럼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특히 정보 유출 경로, 즉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밀을 빼돌렸는지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제가 보면서도 "제가 놓친 건가?" 싶어서 다시 돌려봤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냥 생략된 거더군요.
시즌3 전망과 전체 총평
시즌2 피날레는 사실상 시즌3의 예고편에 가깝습니다. 피터는 정보 브로커 제이콥 먼로와 그가 조종하는 대통령 당선인 리처드 헤이건을 내부에서 무너뜨리기 위한 이중 스파이(double agent)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중 스파이란 표면상으로는 상대 조직에 충성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원래 기관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 요원을 뜻합니다. 피터의 아버지가 결국 이중 스파이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시즌1에서 밝혀졌고, 이제 피터 자신이 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는 구도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정서적 서사 구조입니다. 로즈와의 이별 장면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네가 내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걸 그들이 알기 때문"이라며 연락을 끊는 장면인데, 극적으로는 납득이 가면서도 시즌1부터 이어진 관계를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이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미드에서 흔히 나오는 베드신도 없고 키스 한두 번이 전부인 관계였는데, 그 절제된 묘사가 오히려 이 장면에서 더 강하게 작동하는 면은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시즌3는 이미 제작에 들어갔으며 이스탄불, 뉴욕, 워싱턴 D.C., 멕시코시티 등을 무대로 더 큰 스케일을 예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넷플릭스 공식](https://www.netflix.com)). 시즌2가 시즌1의 쫀쫀한 밀도를 완전히 따라오지는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인 것처럼, 저도 시즌3는 다른 분들의 초반 평을 먼저 확인하고 볼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가브리엘 바소가 이 시리즈로 확실히 액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는 점은 이견 없이 인정합니다([출처: IMDb](https://www.imdb.com/title/tt15557200/)). 시즌1은 강력 추천, 시즌2는 시즌1을 재밌게 본 분이라면 연속성을 위해 보는 정도로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접근하시면 실망 없이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시즌3가 피터의 이중 스파이 서사를 얼마나 탄탄하게 풀어내느냐에 이 시리즈의 완성도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