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가 없다는 게 꼭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22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마블 스튜디오의 문나이트는 MCU 페이즈4 안에서도 유독 독자적인 색깔을 가졌던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이게 마블 맞나?" 싶을 정도로 톤이 달랐습니다. 그 작품의 시즌2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팬들이 시즌2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시즌1이 끝난 뒤 팬들이 후속작을 기다리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문나이트는 MCU 드라마 특유의 빠른 전개나 어벤져스 세계관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를 가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심리 스릴러와 이집트 신화를 결합한 독특한 구조로 완성된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서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란, 한 사람 안에 두 개 이상의 독립된 인격이 존재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문나이트에서는 스티븐 그랜트와 마크 스펙터,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제이크 록클리까지 세 인격이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 장애를 서사의 핵심 장치로 삼았습니다.
오스카 아이작이 이 세 인격을 각각 다른 억양과 몸짓으로 구분해낸 것은 제가 직접 보면서도 놀랐던 부분입니다. 영국식 억양의 소심한 스티븐, 미국식 억양의 냉정한 전직 용병 마크, 그리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폭력적인 제이크까지. 한 배우가 세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에단 호크의 아서 해로우까지 더해지면 실제로 연기 대결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정도 완성도면 팬들이 시즌2를 기대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공식 입장은 생각보다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시즌2에 대한 공식 입장은 비교적 일찌감치 나왔습니다. 마블 텔레비전 책임자 브래드 윈더바움은 인터뷰에서 문나이트가 MCU 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기 위한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에서 시즌2는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는 처음 이 발언을 접했을 때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단독 시리즈로서 이 정도 완성도면 충분히 이어갈 수 있을 텐데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블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전략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보였기 때문입니다. 총괄 프로듀서인 제러미 슬레이터 역시 문나이트의 향후 등장 여부는 케빈 파이기와 오스카 아이작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은 당장 프로젝트가 있다는 뜻보다, 조건이 맞으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읽힙니다.
마블의 드라마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
문나이트 시즌2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MCU의 콘텐츠 전략 변화를 함께 봐야 합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왓다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호크아이, 미즈마블 등 다수의 드라마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콘텐츠 과부하라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콘텐츠 과부하란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콘텐츠가 공개되면서 개별 작품의 퀄리티와 관객 집중도가 동시에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마블 스튜디오는 이후 공개 일정을 조정하고 드라마 편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제가 직접 느끼기에도 2022~2023년쯤엔 마블 드라마가 너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어느 것도 제대로 기억에 남지 않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문나이트처럼 독립적인 완결성을 가진 작품은 단독 시즌2보다는 더 큰 프로젝트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이해가 됩니다.
주목할 만한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블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 개별 시즌2보다 크로스오버(crossover) 형태의 등장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습니다
- 여기서 크로스오버란, 서로 다른 작품의 캐릭터가 한 작품 안에서 함께 등장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 문나이트는 이런 구조에서 팀업 프로젝트나 영화 출연 형태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문나이트는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즌2가 없다는 것과 캐릭터가 MCU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브래드 윈더바움은 같은 인터뷰에서 문나이트의 향후 활용 계획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MCU 안에 살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현재 가장 자주 거론되는 가능성은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입니다. MCU의 멀티버스 사가(Multiverse Saga)의 정점에 해당하는 작품들로, 여기서 멀티버스 사가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장기 서사 흐름을 말합니다. 다수의 마블 캐릭터가 이 두 편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문나이트도 그 안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Marvel Studios 공식 사이트](https://www.marvel.com)).
물론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팬 입장에서 시즌2만 기다리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오스카 아이작이 다시 그 역할로 돌아오는 것 자체를 기대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MCU에서 한 번 각인된 캐릭터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는 드뭅니다. 에미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할 만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고, 캐릭터 자체의 서사도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출처: 에미상 공식 사이트 Television Academy](https://www.televisionacademy.com)). 특히 쿠키영상에서 드러난 제이크 록클리와 콘슈의 관계는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 문나이트 시즌2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상태가 맞습니다. 하지만 문나이트라는 캐릭터 자체의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 마블이 MCU 전체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따라 오스카 아이작이 다시 그 역할로 돌아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단독 시즌보다 오히려 다른 캐릭터들과 맞부딪히는 문나이트가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다시 나온다면 그때 또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