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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리뷰 (줄거리, 결말, 총평)

myinfo16830 2026. 5. 1. 13:29

종말을 앞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오히려 종말 자체를 제대로 못 보여준다면, 그 설정은 필요했던 걸까요. 저는 중도 하차 없이 12화를 전부 시청했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시작했다 하면 끝까지 보고야 마는 성격 탓에, 주변에서 하나둘 손절할 때도 혼자 꿋꿋이 달렸습니다. 덕분에 거의 보기 힘든 완주 후기를 남길 수 있게 됐습니다.

종말이라는 설정, 제대로 쓰였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는 2024년 4월 26일 공개된 12부작 한국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로, 원작에서는 소행성 충돌까지 8년이라는 시간을 다루지만 드라마는 이를 200일로 압축했습니다. 여기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Dystopian Setting)'이란 기존 사회 질서가 붕괴된 비극적 미래상을 의미하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 설정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설정이 끝까지 배경 이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소행성 충돌을 앞둔 세상이라는 전제를 깔아놓고도, 실제 이야기의 대부분은 납치 조직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로 채워집니다. 제가 직접 12화를 보면서 느꼈던 가장 큰 의아함이 이것이었습니다. 종말이라는 극한 조건이 굳이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 속 인물들의 일상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물론 이런 구성 자체가 나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저는 오히려 평범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현실감을 살렸더라면 더 몰입감 있는 드라마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독특한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은 끝까지 따라다녔습니다.

 

각본의 구조적 문제와 캐릭터 활용

각본을 담당한 정성주 작가는 밀회, 아내의 자격 등으로 잘 알려진 베테랑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솔직히 그 이름값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각본에서 '옴니버스 구성(Omnibus Structure)'이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독립된 여러 이야기를 병렬로 엮는 방식을 말하는데, 원작 소설이 바로 이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를 하나의 연속 서사로 풀어내려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인물과 에피소드를 동시에 욱여넣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 즉 시간 순서를 뒤섞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곳곳에 쓰였는데, 연출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반복됐고, 전개 속도도 느린 편이라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나마 후반부인 10, 11화는 종말을 앞둔 인물들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 기억에 특히 10화 엔딩에서 전성우 배우의 연기는 지금도 인상에 남습니다. 이 텐션이 작품 전반에 유지됐더라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메인 스토리 집중도가 분산됨
  • 비선형 서사 구조가 초반 몰입을 방해함
  •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범죄 스릴러 위주로 전개됨
  • 유아인 논란에 따른 편집 여파로 주요 인물의 비중과 존재감이 불균형해짐

 

유아인의 경우, 사태로 인한 어느 정도의 편집은 불가피했겠지만, 막상 보니 거의 모든 장면이 다른 배우들과 함께 나오는 구조라 통편집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평소 그의 연기를 좋아했던 편이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이미 색안경이 씌워진 탓인지 초반부엔 묘하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중반 이후로는 그 느낌이 옅어지긴 했습니다.

 

결말과 원작, 그리고 냉정한 총평

이 작품의 결말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는 의견이 많은데, 저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미 죽은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보여 희망의 메시지라기보다 오히려 모두가 소행성 충돌로 죽음을 맞이한 뒤 먼저 떠난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처럼 읽혔습니다. '열린 결말(Open Ending)'이란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말하는데, 의도적 열린 결말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려면 그 앞까지의 서사가 충분히 밀도 있어야 합니다. 12시간을 투자한 뒤 마주한 모호한 마무리는, 제 경우엔 감동보다 허탈함이 컸습니다.

 

원작과의 비교에서도 쟁점이 있습니다. 원작은 충돌까지 8년이라는 시간을 아파트 주민들의 독립 에피소드 8편으로 담아냈는데, 드라마는 이를 단일 서사로 묶으면서 오히려 산만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드라마 서사 구조와 관련하여, 국내 드라마 산업에서 시즌제 및 편수 구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이 작품도 6부작이나 영화 두 편으로 기획됐다면 밀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한편 왓챠피디아 기준 평점이 1.6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단순히 개인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완성도 문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완성도에 대한 시청자 기대치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출처: 넷플릭스 공식](https://www.netflix.com/kr)). 결국 종말의 바보는 야심 찬 기획, 검증된 제작진, 훌륭한 배우들을 갖추고도 그 모든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를 꼭 챙겨 보는 편이 아니라면 이번에는 건너뛰셔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다만 완주를 원하신다면, 후반부만큼은 예상보다 괜찮을 수 있다는 것도 덧붙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