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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리뷰 (팩트분석, 관람후기, 뉴어벤져스)

myinfo16830 2026. 5. 4. 20:32

솔직히 기대치가 낮았습니다. 캡틴아메리카4 브레이브 뉴 월드 이후 마블에 대한 신뢰가 많이 흔들려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개봉 당일 시간을 내서 보고 나왔더니, 오랜만에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누가 봐도 오합지졸인 캐릭터들이 한 팀이 되는 과정이 이렇게 설득력 있게 그려질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팩트분석: 숫자로 보는 썬더볼츠의 위치

썬더볼츠는 2025년 4월 30일 국내에서 먼저 개봉한 MCU 페이즈 5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페이즈 5란 MCU가 멀티버스 사가를 전개하면서 설정한 영화·드라마 묶음 단위로, 페이즈 4부터 시작된 혼돈의 시기를 이 작품이 마무리 짓는 구조입니다. 제작비는 1억 8천만 달러였고, 전 세계 누적 흥행은 약 3억 8천1백만 달러로 집계되었습니다. 마블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통상 제작비의 2.5~3배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흥행 성적이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국내 관객 수도 약 90만 9천여 명 수준으로, 전성기 마블 영화들과 비교하면 작은 숫자입니다.

 

그럼에도 평가 지형은 흥행과 다소 다릅니다. 씨네21 관객 평점은 7.67점으로, 전문가 평점 5.71점보다 눈에 띄게 높습니다. 이런 평론가-관객 간 괴리는 보통 '대중 친화적인 감성'이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서사 밀도 문제보다, 일반 관객이 느끼는 감정적 공명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뜻입니다.

 

이 영화를 볼 때 챙겨봐야 할 선행 작품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블랙 위도우(2021): 메인 주인공 옐레나 벨로바의 캐릭터 배경 이해 필수
  • 팔콘과 윈터 솔져(드라마): 버키 반즈, 존 워커(US 에이전트), 발렌티나의 맥락 파악에 필요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023): 고스트(아바 스타)의 등장 배경

 

저도 마블 드라마는 거의 챙겨보지 않아서 존 워커가 낯설었는데, 영화 안에서도 캐릭터 서사가 충분히 소화되어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팔콘과 윈터 솔져 정도는 보고 가시는 걸 권합니다. 캐릭터들이 서로 디스하는 맥락을 알면 훨씬 재미있거든요.

 

한 가지 확실히 짚어둘 것은, 이 영화가 100% IMAX 카메라로 촬영되었다는 점입니다. IMAX 카메라란 일반 35mm 필름보다 훨씬 큰 화면 비율로 촬영할 수 있는 초대형 카메라 시스템으로, 일반 상영관에서는 상하가 잘려 보이고 IMAX 상영관에서만 전체 화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에서 봤는데, 초반 그림자를 활용한 액션 시퀀스가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질 때의 박진감은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관람후기: 루저들의 트라우마 극복기가 왜 먹히는가

개봉 당일 보고 나와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건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집단 심리치료 영화에 가깝다는 것.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핵심 갈등은 센트리(밥)의 내면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인격, 보이드와의 대결입니다. 보이드란 센트리의 초월적 능력이 만들어낸 어둠의 분신으로, 억압된 트라우마와 공허함이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 존재입니다. 이게 단순한 빌런이 아니라, 썬더볼츠 멤버 전원이 각자의 내면에 품고 있는 상처의 메타포로 기능한다는 점이 영화를 한 층 두껍게 만듭니다.

 

루이스 풀먼의 밥/센트리 연기가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플로렌스 퓨의 옐레나는 이미 검증된 배우인 만큼 군더더기 없이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블 영화에서 연기력이 서사를 끌고 가는 경우가 최근 들어 드물었거든요. 영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장면은 보이드와의 최종전입니다. 물리적으로 두들겨 패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멤버들이 보이드의 공허 속으로 직접 들어가 밥을 깨우고 함께 나오는 방식으로 해결됩니다. 처절한 주먹질보다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MCU에서 이런 방식의 클라이맥스를 본 게 오랜만이었어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태스크마스터는 등장 3분 만에 퇴장하고, 고스트와 레드 가디언은 개별 서사 없이 보조 역할에 머뭅니다. 팀 멤버가 많다 보니 생기는 구조적 한계인데,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비교해도 캐릭터 배분의 아쉬움은 비슷합니다. 다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가족애가 더 강조되고, R등급 수준의 잔인함 없이도 오합지졸들의 팀워크를 그려내는 방식은 마블 특유의 장기가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마케팅 측면에서 보자면,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NOT SUPER. NOT HEROES. NOT GIVING UP.'은 꽤 정직한 예고였습니다. 이 슬로건처럼 영화 자체도 화려한 슈퍼히어로 서사를 내세우기보다 인간적인 결함과 회복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MCU가 이 방향으로 계속 갈 수 있다면, 페이즈 6 이후가 다시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 심리적 트라우마 묘사와 관련해, 실제로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슈퍼히어로 서사가 정신건강 인식 개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회(APA)에 따르면 미디어 속 정신질환 묘사 방식이 대중의 인식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미국 심리학회](https://www.apa.org)). 썬더볼츠*가 트라우마와 공허감을 다루는 방식이 단순히 오락 소재가 아닌 공감 코드로 작동한 건, 이 맥락에서도 설명이 됩니다. 쿠키영상은 두 개입니다. 첫 번째는 크레딧 직후, 두 번째는 모든 크레딧이 내려간 뒤에 나옵니다. 두 번째 쿠키에서 판타스틱4 우주선 떡밥이 나오는데, 이게 어벤져스: 둠스데이(2026)로 이어지는 빌드업임을 감안하면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맞습니다. 화장실이 급하신 분은 영화 중간에 다녀오시는 편이 낫습니다([출처: Marvel Studios 공식](https://www.marvel.com)).

 

오랜만에 마블 영화를 보고 박수를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엔드게임 이후로 극장 분위기가 이렇게 살아있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액션을 기대하고 가시면 살짝 아쉬울 수 있지만, 캐릭터들의 케미스트리와 감정선을 즐기실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작품입니다. 가능하면 IMAX나 특별관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화면 비율 차이가 몰입감에서 꽤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